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주말에 아이들과 야외에서 운동하기엔 감기가 걱정되고 실내에서만 지내자니 갑갑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옛 추억을 되살리며 심포에 갔다. 예전에 먹었던 생합구이를 생각하면서 다시 찾게 된 것이다. 다행이 유성에서 서공주를 거쳐 군산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시원스레 뚫려 있어 가는데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네비게이션에 심포항을 찍고 점심시간이 다되어서 도착해보니 옛 모습은 사라지고 남아있는 조개구이집은 서너 군데 밖에 없었다. 새만금공사로 항구가 폐쇄되므로 대부분의 조개구이집은 문을 닫거나 이전하여 옛날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생합을 은박지에 싼 다음 구어서 안전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연탄불에 직접 구워먹는 집만 남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구워먹어야 했는데 조개껍질이 튀면서 딸의 얼굴에 약 1cm 정도의 화상이 발생했다. 비록 화상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전문가인 필자의 눈에는 2도 심부 화상으로 보였다. 화상이 깊으면 흉터를 남기게 되므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옛날에는 화상이 발생하면 외가를 찾았는데 지금은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성형외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흉터다. 우선은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피부이식술 같은 수술로 가지 않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수술을 하더라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어른이면 화상치료가 종결되면서 그것으로 끝인데, 아이들은 화상으로 반흔을 남기게 되면 성장 중에 구축이나 변형을 남기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현재는 화상치료를 위한 드레싱제제나 흉터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 필자는 종합병원의 성형외과에 근무하다 보니 많은 화상환자들을 경험했고 이제는 화상 후 일주일이면 화상의 예후가 어떨지 눈에 바로 들어온다. 특히 아이들 같은 경우 드레싱 할 때 통증이 적으면서 효과가 좋은 제품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대부분 충분한 보험적용을 못해 환자의 보호자들에게 본인 부담금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환자를 치료해주고도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상의 치료제제들은 발전이 빠르고 고가인 제품이 많아 보험으로 충당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의사로써 최소 비용으로 최상의 효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하지만, 환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현실의 시스템에 아쉬움이 남는다.